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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의 라운드 일기6

비 오는 날의 라운드는 호불호. 요즘 들어 날씨가 정말 변덕쟁이다. 비 오는 날이 너무 많아서 일이 안되어서 돈을 못 버는 날이 왜 이리 많은지 정말 답답하지만 나는 비오는 날은 좋아한다. 하지만 일을 하기엔 업무가 너무 많아진다. 볼 타올, 비 타올, 우비, 유니폼, 장갑, 모자 이것만 세탁기 돌리고 건조기 돌리는 일이 2시간... 하지만 이런건 나의 업무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치는 회원님들은 둘 중에 하나이다. 오늘! 아니면 못 친다 아니면 비와도 그냥 친다. 대개 남성분들은 18H을 다 치는 경우가 많고 여성회원님들은 홀 아웃을 많이 하신다 (안 하는 경우가... 10팀 중 2팀???)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 라운드를 하면 굉장히 상쾌하다. (황사비 제외) 비 맞고 푸릇푸릇해지는 잔디와 나무들, 흙 냄새, 비.. 2021. 6. 3.
골퍼들은 나의 서비스에 만족했을까? (feat.오버피) 버디,이글,알바트로스,홀인원 회원님이 스코어가 잘나오거나 서비스에 만족했을때 나오는 것이 오버피. 홀인원하면 최소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금액은 다양하다. 사실 팁 많이 받는 동료캐디님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부러운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제일 우선적으로 두는 것은 18H을 사고없이 안전하게 끝내는 것이 목표이기에 오버피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많이 주시면 회원님 왜 많이주세요? 반문하면 언니 그냥받어~~하고 손에 쥐어주시는데 뭔가 내가 이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했느냐에 스스로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언니는 참 잘웃고 서글서글하니 저 친구가 뭐라해도 기가 안죽어 열심히 하는게 너무 예쁘네 이런 칭찬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 스스로에게 직업.. 2021. 5. 21.
Par 3H에는 왜 항상 고양이가 있을까? (feat.깡패까치) 더보기 골프장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골프장만 그런가요???? 항상 par 3H에서 카트 도로 옆에 식빵을 굽고 앉아 캐디언니들을 기다리며 닭가슴살이나 사료를 내놓으라며 털 찐 몸매를 자랑하며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고 찐빵 같아요. 가끔 카트 유도로 중간에 앉아 길막 하며 ( 왜 -^-? 뭐???? 어쩌라고???? ) 무표정으로 쳐다보면 회원님들께 양해를 드린 후 고양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옆에 내려놓은 후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요 녀석들도 똑똑해서 par3에는 항상 대기가 있다는 걸 아는지 항상 par3에서 회원분들이 주는 육포, 계란, 족발, 수육을 물고 구석 나무 밑으로 숨어서 먹는 모습을 보면 짠하고 귀여워요. 길냥이의 삶이란 춥고 고단한 길이죠. 개인적으로 동물을.. 2021. 5. 16.
회원은 회원으로 잊는다_(feat.진상) 현재 제가 다니는 골프장은 신입교육 후 일정기간 인턴 캐디라는 이름으로 정규 캐디피보다 저렴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미리 회원분들께 연락하여 양해를 구한 후 라운드를 나갑니다. 인턴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탈도 많지요. 물론 저도 인턴 캐디에서 하우스로 승급하고 열심히 근무 중 이에요. 선배님들이 항상 교육하면서 하던 말씀이 있는데. 너무 본인을 낮춰 생각 하지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해라. 니 가 잘못한 것 아니면 회원에게 당당히 말해라. 진상회원 만나고나서 멘탈 이 부셔지고 펑펑 울고 몇 번 겪으니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더군요. 태어나 살면서 서비스업이 처음인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라고 생각이 들게끔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2021. 5. 6.
골프장 타구사고는 정말 흔한 일입니다. 조심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생각 외로 이렇게 타구 사고가 나에게 빨리 일어날줄 몰랐다. 벙커샷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교육 때부터 귀에 딱지 앉게 듣던 말이다. 그런 일이 오늘 일어날줄이야…. 라운드를 하면서도 사실 몇 번이나 타구사고 조짐을 겪었다. 회원이 화나서 일방적으로 드라이버 스윙을 90도 돌아 옆 홀로 해서 스윙샷에 맞을뻔했다던가? 회원이 오늘 스코어가 별로라고 볼을 던져서 내 발목 옆에 떨어지고… 옆 홀에서 넘어온 볼이라던가.. 롱 홀 세컨드에서 언듈때문에 블라인드 상태에서 티잉그라운드에서 날린 샷이라던가… 이런 적이 있었지..... 물론 이건 내가 부주의 한것이 아닌 고의적인것이기에 그냥 넘어가지만 이번에는 벙커에서 생크가 나는 바람에 캐리로 떨어지는 볼에 허벅지에 맞았다. 물론 그렇게 힘이.. 2021. 4. 29.
내가 왜 캐디가 되었을까? 누구나 다 그렇듯 계획과 미래가 그려져있을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고 코로나라는 새로운 재앙이 닥치기전에는 모두가 그러했을듯 하다. 알수없는 병으로 인해 모든 세상은 단절되었고 나의 인생의 계획 또한 그렇게 다른 루트로 흘러가는 듯 하다. 직장생활을 하다 원인을 알수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아왔고 병명 또한 모른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나는 망신창이가 되어버린채 퇴사를 결심했다. 돈은 다시 찍어내고 교환 할 수있지만 나라는 존재는 다시 만들수도 고치기에도 힘드니까. 서울대병원을 내집 드나들듯 다니며 퇴사 전 몇가지 계획을 세우고 하고싶은 것 들을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캐디였다. 이유는? 1. 해보고 싶은 직업이었고 2. 돈을 많이 버는 직업...? 3. 나중에 다시 할.. 2021. 4. 5.